민주당 경선에 대한 아쉬움
최근, (사실 한발 늦은 포스팅이지만) 민주통합당 경선과 관련해서 잡음이 있었다.
제주경선을 치르자 마자 기호4번 문재인후보를 제외한 다른 세 후보측에서 모바일투표의 문제점을 포함한 경선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어서 치러진 울산 경선에는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거의 하루만에 기호2번 김두관 후보가 초심으로 돌아가 경선에 참여하여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어 나머지 두 후보 역시 복귀의사를 밝힘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어가는 듯 하였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8/28/8781756.html?cloc=olink|article|default)
하지만, 기호 3번 손학규 후보측에서 문재인 후보측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은밀한 거래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통합당 '부정경선 의혹' 문제는 그리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36780)
우선, 제주경선 결과가 발표된 시점에 제기되었던 문제는 모바일투표 룰에 대한 것으로, 투표 전화를 받은 후 'ARS응답 멘트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것이 모두 무효처리가 된 것이었다.
이 문제만을 놓고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카드 사에 전화하여 ARS응답 나올 때에도 미리 해당번호를 누르면 아무런 문제없이 프로세스가 진행되는데 유독 민주당 경선 투표만 무효 처리가 된다는 것은, 아무리 사전에 모바일 투표 룰에 대한 각 후보측의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사전에 합의가 있었던 사안이라며 몇몇 후보 측의 문제제기를 묵살하고 진행한 당 지도부와 선관위 측의 행동도 이해가 안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모바일 경선을 도입한 취지는 '완전국민경선'의 의미에 맞게 보다 많은 국민들이 손쉽게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모바일 투표를 현장투표보다 더 까다롭게 진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도 전혀 어려워보이지 않는 것을 굳이 고집부리면서 유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어쨌거나, 이와 관련해서 정확하지는 않으나 '삐 소리 후 투표'하라는 멘트를 넣기로 했다고 결정한 듯 하니, 이 문제는 일단락짓고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민주당 선관위의 표 집계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제주경선 이후 각 후보측의 이의 제기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은 모바일 투표에 대해 검증절차를 거친 결과, '끝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음으로서 투표에 반영되지 않은 숫자는 599표(3%수준)'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외에 전화를 받지 않고 그냥 끊어버린 사람이 무려 12,0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본인 인증을 거쳐 직접 경선인단으로 등록한 사람들인데, 무려 35%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렸다고 하니 쉽게 믿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경선인단 등록이후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 혹은 바쁜 업무 중에 문득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끊어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12,000명이 100% 그런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을까, 방식과 시스템 상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야아 할 것이다.
'끝가지 듣지 않고' 끊었거나 아예 받지 않은 표에 대해 고민이 되는 지점은 이 표들이 모두 유효투표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당 선관위가 발표한 제주경선 결과를 보면 투표율 55.33%(20,102명)에 무효표가 0다. '끝까지 듣지 않은' 사람들의 표는 더욱 그러하고, 설령 전화를 아예 받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미 본인 인증을 거쳐 경선인단 등록을 마친 사람이다. 이는 이미 그 사람들이 투표 프로세스에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현장투표로 보면 최소한 투표소 입구에 들어서서 본인 확인을 거친 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들이 전화를 받지 않은(혹은 받지 못한)것에 대해서는 무효표 혹은 기권표로 합산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이 문제는 결선투표제와 결부시켜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물론 아직 경선 초반이고 해서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것이므로 더이상 예측해서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곳곳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명쾌한 해명과 대응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자신들이 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을 한번 더 의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의 교체를 실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범야권이 단일한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절대절명의 과제라 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제일의 야당으로서 그동안 보여왔던 실망스런 모습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혁신함으로써 범야권 단일후보 추대의 중심적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민주당의 완전국민경선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더욱 컸었고, 경선의 흥행을 통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기대를 하나로 모아내 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논의의 과정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희망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의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부정경선 의혹(?)'은 개인적으로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으며, 많은 국민들에게 '통진당 사태'를 떠올리게 하지 않을지, 정치권에대한 불신을 더더욱 증폭시키지 않을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한치의 부정이 없는 경선이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아울러, 각 후보들도 이번 경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대의적 자세를 가지고 성실히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